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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파델 : 아이팟의 아버지, “혁신적인 제품은 당장 필요한 진통제와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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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4 |
롱블랙 프렌즈 C ‘나의 세계’를 튼튼히 쌓아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끈기 있게 붙잡아 벼린 끝에, 빛나는 결과물을 완성하는 이들이죠. 이들의 여정은 때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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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프렌즈 C
‘나의 세계’를 튼튼히 쌓아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끈기 있게 붙잡아 벼린 끝에, 빛나는 결과물을 완성하는 이들이죠.
이들의 여정은 때로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내요.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을 바꾸죠. 한편으로는 궁금해져요. 이들은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걸까요?
그 비결을 직접 물어보기로 했어요. 자기만의 시대를 만드는 사람들을 찾았죠. 그들과 나눈 이야기, 앞으로 5일간 <빌더스Builders 위크 : 시대를 만드는 사람>로 전하려 해요.
첫 번째 주인공은? 애플의 시대를 연 ‘아이팟의 아버지’, 토니 파델Tony Fadell 빌드 콜렉티브Build Collective CEO예요.
토니 파델 빌드 콜렉티브 CEO
1969년생의 토니 파델은 실리콘밸리에서 30년간 일한 엔지니어예요. 그는 2001년 파산 위기의 애플을 되살린 휴대용 음악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만들었어요. 2007년엔 ‘아이폰’을 스티브 잡스와 함께 개발했고요.
창업가로도 성공했어요. 그가 2010년에 세운 네스트 랩스Nest Labs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대표 제품은 스마트 온도조절기Thermostat였죠. 이 회사, 2014년 구글이 32억 달러(약 4조6000억원)에 인수했어요.
커리어만으로도 압도되는 기분, 긴장하며 인터뷰에 나섰어요. 하지만 화면에 나타난 그는 소탈해 보였어요. 검은 티셔츠 차림에 은색 헤드폰을 쓴 모습이었죠. 그는 자신을 “편하게 토니로 불러달라”고 했어요.
토니에게 먼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지’ 물었어요. 그는 이렇게 답했죠.
“저는 제 자신을 ‘빌더’라고 불러요. 단순히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란 뜻은 아닙니다. 아이디어를 내고, 그게 실체를 갖게 하고, 또 비즈니스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의미죠.”
Chapter 1.
할아버지와 새집을 만들던 소년
빌더라는 정의를 듣자 궁금해졌어요. 토니가 가장 처음 만든 제품이 뭔지 물었죠. 화려한 제품이 나올 줄 알았는데, 답은 예상과 달랐어요.
“제 첫 프로젝트는 ‘새집bird house 짓기’였어요. 5살 때 할아버지와 함께 만들었죠. 할아버지는 제게 망치 같은 도구를 쓰는 법, 물건을 만들고 고치는 법을 가르쳐 주셨어요.”
할아버지가 목수였냐고요? 아뇨, 학교 선생님이었어요. 그저 대공황 시대*를 통과하며 물건을 아끼는 게 익숙해진 거였죠. 종종 토니에게 “새 물건 사지 말고 고쳐 쓰라”고 말씀하셨대요.
*1929년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경제 공황. 금융 시장의 혼란과 실직 사태가 일어나 여파는 약 10년간 이어졌다.
그럼, 토니가 혼자서 처음 만든 전자제품은 뭐였을까요? ‘음악 플레이어’였어요. 초등학교 2학년이던 1977년, 라디오 겸 전자시계를 분해해 만들었죠. 헤드폰 연결 잭을 꽂을 수 있는 부품을 더한 거였어요. 부모님 몰래 밤에도 헤드폰으로 라디오 속 음악을 듣기 위해서였죠.
“꽤 창의적이지 않나요? 할아버지는 자연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건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하셨어요. 즉, ‘저도 원하는 걸 충분히 만들고 고칠 수 있다’고 가르치셨죠. 이 가르침이 저를 제품 엔지니어의 길로 이끌었어요.”
토니가 엔지니어의 꿈을 본격적으로 꾼 건 1981년, 초등학교 6학년 때예요. 이때 그는 애플 컴퓨터를 손에 넣었어요. 자연스레 코딩과 소프트웨어 만드는 일에 빠져들었죠.
“오늘날 사람들은 ‘내가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삽니다. 누군가가 만든 걸 보고 살 뿐이죠. 하지만 30~4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원하는 걸 직접 만들었어요.
저도 처음에 배운 건 같아요. ‘필요한 걸 만든다.’ 도구만 바뀌었을 뿐이죠. 못과 망치에서 컴퓨터 언어로요.”
토니 파델. ‘아이팟의 아버지’라 불리는그는 “나의 빌더 DNA는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토니 파델
무작정 앞서간다고 고객이 따라오진 않는다
토니는 1987년 미시간대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어요. ‘만들기 열정’을 더욱 불태웠죠. 남들은 파티를 다닐 때 매일 지하실에서 컴퓨터만 붙잡았어요. 컴퓨터칩을 만들어 애플에 납품하고, 작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개발자의 길을 걸은 토니의 다음 행선지, 역시나 실리콘밸리였어요. 1991년, 22살이 된 토니는 제너럴 매직General magic에 입사해요. 애플의 PC 매킨토시Macintosh 개발에 참여한 천재 팀원들이 나와 차린 회사였죠.
토니는 제너럴 매직에 자기 커리어를 걸었어요. 3년 만에 수석 엔지니어 자리에 오를 정도였죠. 그리고 ‘세상을 바꿀 뻔한’ 제품을 내놓았어요. 1994년 아이폰과 비슷한 컨셉의 ‘매직 링크Magic Link’를 만들었거든요.
매직링크는 터치스크린이 달린 휴대용 기기예요. 전화와 이메일, 비행기 표 구매와 게임까지 가능하게 했죠. 일종의 ‘스마트폰’이었던 거예요!
하지만 매직링크는 혁신을 일으키기는커녕 팔리지도 않았어요. 이유는 알만 해요. 인터넷도 많이 보급되지 않은 1990년대 초반에 너무 앞선 제품을 떠올렸기 때문이었죠.
“우리는 사실상의 아이폰을 13년 일찍 만들었어요. 하지만 실패했죠.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 했거든요. 사람들은 매직링크가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도 못했죠.”
이때 그는 ‘혁신’과 ‘허황’의 차이를 깨달았어요. 기술적으로 아무리 멋져 보여도, 시장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면? 소용없단 거였죠.
“대중이 문제를 느끼지 않으면, 제품은 팔리지 않아요. 마케팅을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죠. 이때 저는 ‘혁신적인 제품은 기술과 사회가 같은 속도로 걸을 때 탄생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1994년 제너럴 매직이 출시한 ‘매직 링크’. 일정관리와 이메일 확인 및 전송 등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용 개인 기기였다. 하드웨어 제조는 소니가 맡았다. ⓒoldcomputers.net
혁신적인 제품은, 비타민이 아닌 진통제다
토니가 깨달은 ‘혁신적인 제품’은 뭘까요? 토니는 자기가 생각한 답을 먼저 들려줬어요.
“혁신은 비타민이 아닌, 진통제pain killer 같은 제품에서 나옵니다. 비타민은 몸에 좋지만, 꼭 먹을 필요는 없죠. 하지만 진통제는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고통을 없애줘요. 즉, 당장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제품이죠. 그런 제품이 사람들이 사는 방식과 세상을 바꿉니다.”
토니는 이 깨달음을 애플의 ‘아이팟’을 만들면서 얻었다고 했어요. 자신의 불편을 해소하고 싶어 만든 게 아이팟이었다면서요. 이게 다른 사람의 고통도 풀어줬다는 거예요.
때는 1999년 3월, 토니가 자신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빈 CD’로 옮기고 있을 때였어요. 당시 사람들은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어요. 만약 내가 원하는 노래만 듣고 싶다면, CD를 매번 바꾸거나 빈 CD에 원하는 노래를 리핑ripping*해야 했죠.
*CD에 저장된 비디오나 오디오 데이터를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 복사하는 과정.
“당시 저는 취미로 디제잉DJing을 했어요. 가방에 CD를 수십장 넣고, 장비까지 들자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다 생각했죠. ‘이 모든 걸 더 간단하게 만들 순 없을까?’라고요.”
토니는 두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①많은 곡을 담을 수 있는 기계. ②음악을 쉽게 사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두 가지가 있으면 이 문제를 풀 수 있겠다 싶었죠.
퓨즈를 창업한 토니가 구상했던 휴대용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 매킨토시와 연동되고, 온라인 음악 스토어에서 음원을 살 수 있는 기기다. 이 아이디어는 아이팟 개발의 토대가 됐다. ⓒ토니 파델
영감을 얻은 토니는 당장 회사부터 세웠어요. 1999년 7월, ‘퓨즈 시스템즈Fuse Systems’라는 회사를 만들었죠. 하지만 창업하자마자 닷컴버블*이 터졌어요. 투자설명회를 80번 다녔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죠.
*미국, 독일, 한국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1995년~2000년 사이 발생한 인터넷 기업 중심의 투자 과열 현상.
하지만 이때 토니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스티브 잡스였죠.
당시 애플 상황을 알려드릴게요. 매킨토시의 컴퓨터 시장점유율은 2%. 적자도 심해 파산 직전이었죠. 돌파구를 찾던 스티브 잡스, ‘PC와 연결되는 놀라운 기기를 만들면 사람들이 매킨토시도 찾을 것*’이라는 확신을 품어요.
*아이팟 1시대는 매킨토시와만 호환됐고, 3세대부터 윈도우 PC와도 호환 가능해졌다.
극적으로 2001년 1월 애플에 합류한 토니. 3개월 만에 스티로폼으로 모형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스티브 잡스에게 계획을 설명했죠. 기기 절반을 차지하는 큰 화면과 간단한 조작 버튼, PC와의 연계 방법까지요.
2001년 3월 토니가 스티로폼으로 만든 아이팟 모형. 토니는 이 모형을 들고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팟 개발 계획을 설명했다. ⓒ토니 파델
그렇게 통과된 프로젝트는 2001년 10월, ‘아이팟’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어요. 1000곡까지 넣을 수 있는 저장 용량, 음악을 빠르게 고를 수 있는 ‘클릭 휠Click Wheel’이 특징이었죠. 또 음원은 아이튠즈iTunes라는 소프트웨어로 다운받고 관리하게 했어요.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예요. 아이팟은 출시 5년 만에 1억 대 팔린 제품이 됐어요. 덕분에 애플의 연 매출은 2002년 58억 달러(약 8조3400억원)에서 2007년 260억 달러(약 37조4000억원)로 늘었죠. 그중 33.8%가 아이팟 매출이었어요.
“혁신적인 제품은 업계나 기술을 몰라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이 제품을 쓸 때 ‘초능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야 하죠. 이걸 해내면 누구나 그 제품을 원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소비자의 삶과 산업도 변하죠. 그게 바로 혁신입니다.”
토니는 애플에서 1세대부터 18세대까지의 아이팟을 만들었다. 아이팟은 애플의 매출을 끌어올리며, 애플을 컴퓨터 회사에서 디지털 기기 제조 및 앱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시켰다. ⓒ빌드 콜렉티브
매일 하는 불평이, 곧 당신의 아이디어다
‘소비자가 초능력을 느끼게 하는 게 혁신이다.’ 멋진 말이지만 막막해요. 그런 혁신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토니는 제 질문에 이렇게 답했어요. “내가 매일 하는 불평을 알아차리는 것noticing에서 아이디어는 시작된다”고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시계가 똑딱이는 소리가 거슬리면, 그걸 없앨 방법을 찾는 거죠. 샤워할 때 수도꼭지를 조금만 돌려도 너무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진다면? 이걸 해결할 방법을 고민해 보는 거예요.
“아이디어의 시작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같은 문제를 반복 경험하기에 문제가 있어도 습관처럼 받아들여요.
평소에 당신을 괴롭히는 걸 주목해 보세요. ‘그냥 따라야지’라며 불평하지 말고, 바꿀 방법을 찾는 거죠. 그게 세상을 바꿉니다.”
그러면서 토니는 자신의 또 다른 경험담을 들려줬어요.
2011년 그가 만든 ‘네스트 학습형 온도조절기Nest Learning Thermostat’ 이야기예요. 가정집에 설치된 온도조절기가 내 생활 패턴에 맞춰, 집안 온도를 조절해 주는 제품이죠. AI가 뜨기도 전인 14년 전에 만들어졌어요. “아이들도 이해할 만큼 쉬운 스마트홈 기기”라는 평을 받았죠.
이 제품도 ‘일상의 괴로움’에서 시작됐어요. 토니는 늘 집안이 덥거나 추운 게 싫었어요. 특히 겨울에 집에 들어갈 때마다 벌벌 떨면서 온도조절기를 켜는 게 고통스러웠죠. 그게 AI 온도조절기 아이디어로 이어졌어요.
“애플을 떠나 온도조절기를 만들겠다고 할 때는 다들 말렸어요. ‘그 시장엔 새로울 게 없다’고들 했죠. 하지만 저는 다들 집 온도로 괴로웠던 적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때도 나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진통제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주변의 반대를 뚫고 만든 네스트, 어떻게 됐을까요? 창업 3년 만인 2013년에 3억 달러(약 4300억원)의 매출*을 올렸어요. 2014년 1월엔 32억 달러(약 4조6000억원)에 구글로 인수됐죠. 지금은 ‘구글 네스트’라는 이름의 스마트홈 기기를 모두 끌어안은 브랜드가 됐고요.
*비즈니스 인사이더 추정치.
네스트 학습형 온도조절기 1세대. 아이팟처럼 직관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과 쉬운 사용법이 특징이다. ⓒ네스트
하지만 토니는 말해요.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해도, 결과물은 늘 마음처럼 나오지 않는다”고요. 즉, 상상할 때처럼 일이 풀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이디어는 떠올렸을 때 가장 근사합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게 바뀌죠. 잘 만들다가도 시간에 쫓기면 핵심 기능이 사라질 때도 있어요. 문제는 그럼 그 제품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는 거예요.”
이 문제를 막기 위해 토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안했어요. 바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보도자료를 써보라”고 했죠*. 이걸 먼저 쓰면, ‘제품이 나올 때까지 꼭 남아 있어야 할 것’을 미리 정리할 수 있다는 거예요.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등 실리콘밸리 리더들이 일하는 방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리 쓰는 보도자료의 분량은 한 페이지 정도. 제품의 핵심 컨셉과 필수 기능을 담아야 해요. 그게 제품을 만드는 ‘이유’이자 ‘비전’이 되거든요. 버튼 수나 제품의 크기, 가격은 바뀔 수 있어요. 하지만 제품을 만든 이유만큼은 꼭 지켜야 하죠.
예시를 들어볼까요? 토니가 제작에 참여한 아이폰이 출시됐을 때의 보도자료를 찾아봤어요.
**“애플은 오늘 혁신적인 휴대전화, 터치가 되는 큰 화면의 아이팟, 데스크톱 수준의 인터넷 작업이 가능한 통신 기기라는 세 가지 제품을 작고 가벼운 하나의 휴대용 기기로 합친 아이폰을 출시했습니다.”
**_2007년 1월 9일 애플 보도자료
아이팟의 편리한 조작과 컴퓨터 기능이 합쳐진 터치형 휴대전화. 이게 아이폰을 만든 이유였죠. 아이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 내용을 미리 적어두고 결과물을 향해 달린 거예요.
“저는 제품을 만들기 시작할 때마다 보도자료를 써봅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게 남아있어야 할지 미리 정리할 수 있죠. 저는 다른 제작자에게도 이렇게 말해요. ‘미리 쓴 보도자료를 그대로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면 비전을 이뤄낸 것’이라고요.”
토니는 특히 버전 1 제품을 만들 때 보도 자료를 먼저 쓰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은 아이폰의 비전을 현실화해낸 핵심 인물들. 왼쪽부터 필 실러, 토니 파델, 조니 아이브, 스티브 잡스, 스콧 포스탈, 에디 큐. ⓒ토니 파델
오래가는 혁신은, ‘걸림돌’을 없애는 데서 나온다
토니는 마지막으로 강조했어요. 제품을 만들고 끝내면, 혁신은 ‘한 철 장사’로 끝날 거라고. 혁신을 끈기 있게 끌고 가려면 고객이 마주하는 ‘걸림돌’을 없애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죠.
“발전된 기술을 모아서 내놓으면 그건 ‘진화evolution’예요. 반면 ‘혁신innovation’은 이 모든 기술을 결합해 매우 간단하게simplify 만들죠.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요.”
즉, 고객이 제품을 쓰는 모든 순간이 매끄러워야 한다는 말이에요. 성공 기준을 ‘고객이 제품을 사는 순간’에 두지 말라고 하죠.
“적잖은 제조사들은 ‘사용자 경험’을 생각할 때 ‘고객이 우리 제품을 만지고 사는 순간’을 떠올려요. 하지만 사용자 경험은 그 물건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모든 과정입니다.”
그는 네스트에서 만든 온도조절기를 다시 예로 들었어요. 그가 만든 온도조절기는 경쟁 제품보다 쓰기 쉬웠어요. 버튼을 누르는 대신, 아이팟처럼 다이얼을 돌려 온도를 조절할 수 있었죠. 자동 조절도 가능했고요. 설치도 고객이 혼자서 20분이면 할 수 있는 정도였죠.
그런데 막상 시제품을 테스트하니 고객 반응이 달랐어요. 이걸 설치하는 데 1시간씩 걸렸던 거예요. 이유는 간단한 곳에 있었어요. 다들 드라이버를 찾거나 사느라 30분씩 시간을 더 썼던 거였어요. 기존 온도조절기를 떼려면 그에 맞는 드라이버가 필요했거든요.
드라이버가 걸림돌인 걸 발견한 토니, 아예 제품 패키지에 드라이버 세트를 더했어요. 일자, 십자드라이버 등 네 가지 종류의 드라이버를 쓸 수 있게 했죠.
“드라이버 때문에 헤매는 순간 역시 ‘우리 제품을 만나는 순간’이었어요. 저는 제품을 주문할 때부터 가동할 때까지 모든 순간이 매끄러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제품이 간단해도, 그 과정이 복잡했다면 다시 찾지 않을 테니까요.
실물 제품을 만나는 건 과정의 한 단계일 뿐이에요. 우리가 뭔가를 만들어 팔 때는 전체를 고민해야 합니다. 고객이 이 제품을 발견하고, 생각하고, 설치하고, 쓰고, 고치고, 버리는 여정까지 떠올릴 수 있어야 하죠.”
네스트 1세대를 사면 함께 제공됐던 오리지널 드라이버. 자석 팁을 이용해 네 종류의 드라이버를 갈아 낄 수 있게 만들었다. 제품 설치 후에도 일상에서 사용되며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네스트
제품이 만들어지는 여정을 새롭게 열어온 토니, 이제 그는 또 다른 빌더로 활약하고 있어요. 2017년부터 ‘빌드 콜렉티브’란 이름의 글로벌 투자 자문회사를 운영 중이죠.
그가 지금 고민하는 건 자연의 고통이에요. 그래서 환경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을 제안하는 기업을 돕고 있죠. 식물성 대체육 제조사인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 폐기물 재활용 방법을 개발하는 테라사이클TerraCycle 같은 곳을 주목하고 있다고 해요.
토니는 인터뷰의 마지막까지 강조했어요. “앞으로도 ‘미래를 만드는build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죠.
“저는 계속해서 뭔가를 만들어왔습니다. 물론 역할이나 직함은 달라질 수 있어요. 제품 제작과 회사 운영, 투자와 멘토링으로 넓어지고 있을 뿐이죠.
이미 많은 것들이 만들어져서 더 이상 혁신은 어렵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우리 주변엔 고쳐야 할 게 너무 많잖아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도 그만큼 많이 남아 있는 거죠.”
토니 파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온 제품들. 토니는 실리콘밸리에서 300개가 넘는 특허를 등록했다. 그는 “여전히 우리 주위엔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빌드 콜렉티브
롱블랙 프렌즈 C
“세상을 바꾸는 걸 만든다.” 토니와 이야기하다 보니, 그가 왜 스스로를 빌더라 부르는지 알 수 있었어요. 동시에 나도 빌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가 불평하는 그 순간, 새 시대를 여는 기회가 시작될지도 모르니까요!
롱블랙 피플, <빌더스 위크> 첫 번째 이야기 어떠셨나요? 혹시 주변에 뭔가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이 떠올랐다면, 이 노트를 공유해 힘을 주세요!






















